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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고 또 친절하면, 행복해지는 것은 ‘나 자신’

기사입력 2023-06-27 08:42

[마음 반창고] 남이 아닌 나를 위한 변화

(일러스트 윤민철)
(일러스트 윤민철)


대접받고 싶습니까? 친절하십시오.

존중받고 싶습니까? 친절하십시오.

인정받고 싶습니까? 친절하십시오.

성공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반드시 친절해야지요.

건강하고 싶습니까?

당연히 친절해야지요.

행복하고 싶습니까? 친절하고

친절하고 또 친절해야지요.


연기가 옆으로 기어가는 굴뚝

우리나라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는 부자로 첫손에 꼽히는 이는 아마 경주 최부잣집일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일화와 뒷이야기가 무성하지만 그 가운데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수평 굴뚝’ 이야기입니다. 보통 굴뚝은 지붕 꼭대기에 만들어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먼발치에서도 밥 짓는 연기가 하늘로 솟는 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반면 최부잣집은 마루 아래 섬돌 밑에 가로로 굴뚝을 냈는데, 아궁이에 불 때서 밥하는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바닥으로 기어가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끼니를 잇지 못하는 배곯는 이웃들에게 설움이 되고 상처가 될까 봐 배려하는 마음에서였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복 짓는 경주 최부잣집

만물이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 보통 양력 5월 21일쯤으로 추운 겨울 견딘 보리 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시기지만, 정작 일반 서민들은 먹을 양식이 떨어져 ‘한 많은 보릿고개’니 ‘춘궁기’(春窮期)니 하며 목숨 부지하기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딱 그런 때 누군가 새벽에 최부잣집 문 앞을 말끔히 쓸고 돌아가면 안주인이 아침에 일어나 “뉘 집 빗질 자국인가?” 하고 물어보고 먹을 양식을 보냈다고 합니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양식 구하러 다니기 곤란했을 가장의 체면도 세워주고 자존심도 구기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했던 최부잣집 전통에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덕을 베풀더라도 상대를 함부로 하지 않는 친절하고 다정한 마음이 대를 이어 부를 축적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비책이 아니었을까요. 경주 최부잣집이 자리 잡은 터가 명당(明堂)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음택(陰宅)인 묘지가 아닌 양택(陽宅)인 집이 명당일 경우 복이 당대에 그친다고 하는데, 최부잣집은 스스로 복을 짓고 또 지어오면서 그 기운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짐작됩니다.


남이 버린 행운 줍는 오타니 쇼헤이

3월 22일 열린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전에서 3번 지명타자로 맹활약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9회 초 다시 마무리 투수로 나와 야구 종주국 미국을 물리치고 우승컵과 대회 MVP까지 차지했습니다. 대회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오타니는 훤칠한 키와 출중한 외모뿐 아니라 평소 몸에 밴 특별한 태도와 행동으로 더욱 관심을 끌었습니다. 1994년생인 그는 운동장에서 ‘쓰레기 줍는 야구선수’로 불립니다. 경기 중에 출루하거나 투구(投球) 사이에 담배꽁초나 휴지가 눈에 띄면 바로 주워 유니폼 주머니에 태연히 집어넣습니다.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운(運)을 줍는 겁니다.”

오타니가 강조한 운은 그가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직접 만든 ‘만다라트(Mandal-Art : 목표를 달성하는 발상 기법) 계획표’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최종 목표인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달성하기 위한 9가지 세부 목표 중 하나인 ‘운’을 이루기 위해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청소, 심판에게 공손한 태도, 물건을 소중히 쓰자 등을 적어놓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이룬 성공의 밑바탕엔 작은 친절이 쌓이고 쌓여 대운으로 작용한 비밀이 숨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장 가운데 칸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적고, 나머지 칸에는 그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적는다.
▲가장 가운데 칸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적고, 나머지 칸에는 그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적는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무엇입니까? 불교도 기독교도 유대교도 회교도 아닙니다. 가장 위대한 종교는 바로 친절입니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친절입니다. 친절은 자비의 구체적인 모습입니다. 작은 친절과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필자는 문득 법정스님이 그립습니다. ‘무소유’(無所有)라는 어려운 가르침보다 훨씬 쉬운 ‘친절’(親切) 한마디에 사랑과 자비, 인(仁)과 존중을 담았으니까요. “사람끼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보다 따뜻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법정스님. 스님은 친절과 따뜻한 보살핌이 진정한 대한민국을 이루며 믿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2004년 하안거(夏安居) 해제 법문과 집필한 책(‘아름다운 마무리’)을 통해서 누누이 가르쳐주었습니다.


친절의 반대말은?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얽힌 것을 풀어헤치고, 곤란한 일을 수월하게 하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 레프 톨스토이

도대체 친절은 뭘까요?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한 것을 친절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친절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보통 ‘불친절’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필자는 ‘갑(甲)질’이 친절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나 권력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오만하고 무례하게 행동하고 육체적·정신적 폭력을 행하거나 괴롭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갑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친절하게 대하고 존중하라는 법정스님의 가르침과는 딴판입니다. 운행 중인 항공기를 억지 회항시킨 희대의 ‘땅콩 유턴’ 사건부터, 고용주가 저지르는 끔찍한 폭행과 욕설,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임금으로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무수한 사례까지, 열거하기 고통스러울 만큼 갑질을 일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동안(童顏)의 비결, 친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연구팀이 코로나19 기간에 10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긍정 공명’(Positive Resonance)이 높을수록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긍정 공명’은 타인을 보살피고 배려하고 관심을 갖는 친절한 마음과 태도를 말합니다. 친절을 실천한 사람들은 스트레스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23% 낮다고 합니다. 나아가 친절함은 염색체가 분열할 때마다 닳아 없어지는 ‘텔로미어’(Telomere)의 감소 속도를 느리게 하면서 노화를 늦춰 어려 보이는 효과까지 있다니, 돈 안 드는 동안(童顏) 수술이 바로 친절입니다.


뇌 속에 새기는 ‘건행선’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를 표현하고 친절을 꾸준히 실천할 때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이 뇌 속에서 분비된다고 합니다.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함은 물론, 심장 박동 수를 느리게 하고 관상동맥 질환 위험도 줄여줍니다. 전에 느꼈던 기분 좋은 경험을 다시 느끼려고 우리는 친절한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는군요.

친절과 관대함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인간관계를 다정하게 묶어주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데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이뿐 아니라 친절은 전염성이 강해 다른 사람의 친절한 행위를 목격할 경우 또 다른 사람에게 친절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합니다. 일종의 ‘친절 피드백’이자 ‘친절 부메랑’ 효과입니다. 건강과 행복을 주는 급행열차, ‘건행선’이라 부를 만합니다. 길을 새로 놓았으니 누구든 그 길을 이용할 수 있답니다. 그것도 공짜로 말입니다.


아직도 친절이 어려운 당신에게

타인에게 공감과 관심이 잘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친절을 베푸는 사람한테도 ‘왜 굳이’ 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절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Awe Walk’라고 불리는 ‘의식적인 산책’을 권해드립니다. 광활하고 웅장한 대자연뿐 아니라 동네 천변(川邊)을 산책하면서 해 질 녘 붉게 물든 노을을 보면 자신이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친절함으로 우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고 합니다(버클리대학교 폴 피프의 2015년 연구). 또 ‘자비 명상’(Compassion Meditation)도 좋습니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헬렌 웡(Helen Weng)은 2013년 연구에서 사랑하는 사람, 자기 자신, 낯선 사람, 심지어 적에게조차 호흡을 신경 쓰며 선한 감정을 흘려보낸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타인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뇌 영역이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친절 근육, 친절력(親切力) 키우기

러닝머신 20분, 스트레칭 40분씩, 주 3~4일 필자가 아파트 단지 안 커뮤니티센터를 이용하면서 목욕 후 반드시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로커룸 머리카락 치우기입니다. 제 머리카락이 굵고 까만 데다 숱도 많은 편이라 머리 말리고 나면 바닥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 로커룸 청소를 시작해 오늘 아침에도 대걸레로 머리카락을 치웠습니다. 경주 최부잣집만큼은 어림없어도 날마다 할 수 있는 필자만의 행복한 일상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걸레질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습니다. 치우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고 흉보는 대신 치우는 사람을 칭찬하고 덕담으로 하루를 열 수 있으니, 그야말로 너나없이 좋은 일입니다. 척추기립근만 키울 게 아니라 친절 근육도 키워봅시다.

또 짬 날 때면 ‘자비 명상’으로 주변 모든 생명에게 행복과 안녕을 빌어주는 마음을 가집시다. 필자는 무생물한테도 자주 말을 건넵니다. 네 식구 벗어놓은 더러워진 빨래를 20년 넘도록 거품 내고 헹구고 짜주느라 고생한 통돌이 세탁기한테 머리도 쓰다듬고, 엉덩이도 톡톡 치며 고맙다 말합니다. 밀린 겨울 이불 빨래까지 하루에 세 번쯤 돌린 날엔 미안하다 사죄도 합니다. 그 덕분인지 고장 한 번 안 나고 식구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 1친절 운동’ 같이 하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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