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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이저우성

입력 2026-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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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여행] 대협곡 사이로 흐르는 천 년의 정취

▲만봉림.(하나투어)
▲만봉림.(하나투어)

구름 위로 솟은 세계 최고(最高)의 다리 위에서 전율을 느끼고, 지구의 상처라 불리는 협곡의 폭포수 아래서 자연의 위대함을 마주할 수 있는 곳. 3억 년 전 바다가 융기해 만든 봉우리 숲에서 치유를 얻고, 유배지 동굴에서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철학을 깨친 왕양명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는 곳. 과거와 미래, 거대한 자연과 깊은 인문학이 공존하는 중국 구이저우성으로 드라마틱한 여정을 떠나보자.

▲화장협곡 대교.(하나투어)
▲화장협곡 대교.(하나투어)

구름 위의 기적, 화장협곡 대교

중국 남서부의 깊은 내륙, 구이저우성은 오랫동안 ‘천만 개의 골짜기’라 불렸다. “하늘 맑은 날이 단 3일도 없고, 땅이 평평한 곳이 고작 1㎞(약 3리)도 없다”고 할 만큼 척박하고 험준한 지역이다. 고립된 지형인 이 지역은 태고의 자연을 온전히 지키고 위대한 철학을 꽃피웠다.

구이저우성의 첫 번째 여행 포인트는 ‘화장협곡 대교’다. 지난해 9월 개통한 다리로 총길이는 2890m, 수면에서 교면까지의 높이는 무려 625m에 달한다. 전 세계 교량 중 가장 높다. 다리 위에 서면 구름을 걷는 듯해 아찔해진다. 비 오는 날은 발아래 구름이 쉴 새 없이 빗방울을 쏟아내는 진귀한 구경을 할 수 있다.

이 다리 덕에 협곡 양안의 이동시간이 과거 2시간에서 현재 1~2분으로 단축됐다. 내풍 설계와 스마트 케이블 등 최첨단 기술을 통해 미래 교량 공학의 정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마령하 대협곡.(하나투어)
▲마령하 대협곡.(하나투어)

지구의 시간이 만든 장관

인간이 만든 다리의 웅장함에 압도됐다면 이젠 자연이 만든 기적을 만날 차례다. ‘마령하 대협곡’은 대륙의 표면이 갈라지며 만들어낸 거대한 틈으로, 그 깊고도 수려한 모습 덕에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라는 별명을 얻었다.

협곡의 깊이는 약 200m에 달하며, 양쪽 절벽은 마치 칼로 베어낸 듯 가파르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폭포다. 4㎞의 긴 협곡을 따라 늘어선 20여 개의 폭포는 사계절 내내 마르지 않는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며, 협곡을 웅장한 물의 회랑으로 만든다.

협곡의 거친 물살을 뒤로하고 평온을 찾고 싶다면 ‘만봉림’으로 향하자. 약 3억 년 전 거대한 바다(테티스해)였던 이곳은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라 2만여 개의 봉우리가 숲을 이루는 카르스트 지형의 보고(寶庫)가 됐다.

산 아래 물길 닿는 곳에는 중국 소수민족인 ‘부이족’ 마을이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자연적인 지하수 함몰로 만들어진 ‘팔괘전’과 서로 다른 색의 유채꽃을 심어 글자를 새긴 ‘복(福)자 논’이 한눈에 들어온다. 만봉림은 1㎤당 3만 개의 음이온이 쏟아진다고 해서 ‘천연 산소 카페’라는 별명도 붙은 곳이다. 돌을 쌓아 만든 전통 가옥 ‘석판방’과 물가에 지은 ‘간란식’ 주택에서 소수민족 마을의 정취를 느껴보자.

▲양명문화원 왕양명 동상.(하나투어)
▲양명문화원 왕양명 동상.(하나투어)

고난 속에서 핀 철학, 양명문화원

구이저우의 자연이 육체를 치유한다면 이곳은 정신을 깨우는 공간이다. 명나라 최고의 사상가 왕양명이 유배 생활을 하며 깨달음을 얻은 성지가 바로 이곳, 구이저우다.

1508년 환관 유근에게 미움을 사 곤장 30대를 맞고 만신창이가 된 왕양명은 3개월의 험난한 여정 끝에 구이저우 용장에 도착했다. 당시 이곳은 ‘뱀과 유령, 독기가 가득한 땅’이라 불리던 오지였다. 거처가 없이 동굴에서 생활했던 그는 절망 대신 성찰을 택했다.

차가운 돌관 위에서 그는 마침내 “성인의 도(道)는 나의 본성만으로 충분히 이룰 수 있다”라는 큰 깨달음을 얻는다. 이후 동아시아 철학사를 뒤흔든 ‘지행합일(知行合一, 앎 속에 행함이 있고 행함 속에 앎이 있어야 한다)’이라는 가르침은 이 척박한 동굴에서 탄생했다.

‘황제의 술’을 맛보다, 마오타이진

구이저우 여행의 마침표는 향기로 찍는다. 세계적인 명주로 꼽히며 ‘황제의 술’이라고 불리는 마오타이주의 고향, 마오타이진이다.

마오타이주는 그저 그런 술이 아니다. 1년의 생산주기 동안 2번 원료를 넣고 9번 찌고 8번 발효하고 7번 술을 뽑아내는 이른바 ‘12987’ 공법으로 만들어진다. 단오에 누룩을 빚고 중앙절에 수수를 넣어 빚은 술은 최소 5년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세상에 나온다. 물이나 향료를 일절 섞지 않고 오직 100~200여 가지 서로 다른 기주(基酒)를 블렌딩해 완성하는 장인정신의 결정체다.

1915년 파나마 만국박람회 당시 투박한 옹기에 담겨 외면받던 마오타이주를 대표가 고의로 깨뜨렸고, 그 향기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다는 일화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마오타이진 곳곳에는 3000년 양조의 역사와 술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만봉림 유채꽃밭.(하나투어)
▲만봉림 유채꽃밭.(하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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