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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장례식 날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7-11-22 13:34

"신이 내린 목소리"

지휘하는 모습 자체가 예술인, 그러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명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그녀를 이렇게 극찬하였다. 지난주 목요일 밤 9시 50분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 특집'이 방송에서 나오고 있었다. 화려한 콜로라투라 성악가인 그녀는 성공한 예술가이자 훌륭한 인품의 사람이었다. 몇 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김윤환 선생님의 오페라 해설을 듣던 중이었다.(김선생님은 무지크 바움 회원으로 오페라 해설의 달인이다.) 김 선생님은 조수미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공연실황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그때의 상황을 들려주었다. 그녀는 관객들과의 공연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아버지 장례식도 참석 못하고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부르고 있었다. 파리공연장에서였다. '지금 저 심정이 어떨까? 사랑하는 아버지를 영원히 떠나보내야 하는 저 가슴이 얼마나 미어지게 아프고 슬플까?' 그 모습이 얼마나 처연해 보였던지 내가 대신 펑펑 울고 말았다. 나중에 김 선생님은 말했다. 애란선생님이 어찌나 펑펑 울던지 불을 늦게 켤 수밖에 없었다고. 그녀는 프로 음악인이었다. 자신의 슬픔을 억누르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나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감정조절을 그녀는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 성악가가 꿈이었던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이 못 이룬 꿈을 그녀가 이뤄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너는 한남자의 아내가 아니라 한국의, 더 나아가서 세계의 프리마돈나가 되거라"

그녀는 어머니의 바램 이상으로 세계적인 대성악가가 되어 대한민국의 국위를 떨치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남의 집 셋방살이를 하면서도 그녀가 네살 때 피아노를 들여놓았다. 그녀의 음악교육을 위해서였다.

"나는 내 환경에 정말 감사한다. 내가 아무리 좋은 재능을 타고 났어도 강원도 오지에 태어나서 재능이 발굴되지 못했다면 아무 소용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 부모님이 알아보시고 마음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셨기에 오늘날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자서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 아버지를 위해 작은 기도를 올리고 싶습니다.

오늘, 아버지는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나셨습니다.

오늘아침, 한국에서는 아버지의 장례식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오늘 여러분과 저 자신을 위해 이 자리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저는 성악가로서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옳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제가 지금 여러분과 함께 한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하늘에서 보고 매우 기뻐하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오늘 저와 함께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 음악회를 아버지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노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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