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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크스와 기(氣)의 관계

기사입력 2017-11-08 09:27

‘징크스(jinx)’는 ‘으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악운으로 여겨지는 것’을 말한다. 좋은 일에도 가끔 쓰지만, 주로 나쁜 일에 쓰이는 말이다. 필자와 자주 당구를 치는 A가 있다. 필자의 실력이 200점이고 A는 250점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가 더 잘 친다. 3구 경기에서는 4구의 절반인 10개, 그가 13개를 놓고 친다. 그런데 계속 필자가 이기자 올려야 한다 해서 11개로 올렸다. 그런데도 계속 필자가 이겼다. 그렇다고 필자가 압도적으로 A를 이기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11점보다 더 놓고 쳐야 하는데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A는 자기가 지는 이유가 ‘징크스’ 때문이라고 했다. 필자와 치면 진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모양이다.

A가 앞서 나가서 여유 있게 이길 수 있는 판도 끝에 가면 꼭 뒤쫓아 간 필자에게 잡힌다. 대부분 그가 앞서 나가도 따라잡혀 결국은 진다. 박빙일 때도 끝마무리를 못해 진 경우가 많다. 징크스의 원인을 분석해보니 A의 승부욕이 원인인 듯하다. 반드시 이기려 하다 보니 평상심을 잃는 것이다. 필자는 하수에다 많이 이겨봤으므로 편안하게 친다. 그러나 그는 승부욕에 불타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도전을 하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A는 필자가 후루쿠로 맞히는 경우가 잦다고 말한다. 필자가 워낙 세게 치다 보니 본래 의도한 길을 벗어났는데도 다시 나오다가 맞거나 키스가 나서 맞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 맥이 풀리고 전의가 상실된다고 했다. ‘후루쿠가 상대방 기를 죽인다’는 말은 우스개 당구 병법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지만, 후루쿠도 실력이라며 양해한다.

묘하게 후루쿠가 맞으면 그다음 공도 치기 좋은 공이 온다. 그러면 연타로 하이 런이 나온다. 미안해서라도 대충 치는데 더 잘 맞는다. 이것은 좋은 의미의 징크스다. 그리고 상대방이 칠 뒷공은 의도한 바도 아닌데 묘하게 어렵게 선다. 필자의 장점은 기복이 없다는 것이다. 상대가 누구이든, 어떤 상황이든 긴장하지 않고 평상심을 잃지 않는다. 그러니 꾸준히 한 점 한 점 쳐서 올라간다. 거북이가 토끼를 따라가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상대는 거기서 기가 질리는 모양이다.

사람마다 아우라가 있다. 그 아우라가 상대방에게 징크스로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의 아우라는 주변을 압도한다. 300점 치는 B라는 친구도 필자에게 지는 확률이 많다. 그 친구는 필자의 당구가 ‘기가 세다’고 말한다. 파워 넘치는 당구를 쳐대니 저절로 기가 죽는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실수가 많고 정교함도 떨어져 올릴 실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징크스와 기는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당구에서뿐만이 아니다. 필자는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남들이 종종 얘기해준다. 그 말이 맞다면 필자의 기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고민해볼 만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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