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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보는 데서는 찬물 먹는 것도 조심해야

기사입력 2017-05-11 11:03

우리 속담에 “아이들 보는 데서는 찬물도 못 먹는다”는 말이 있다. 집집마다 형제들이 많았던 시절에 흔히 듣던 말이었다. 아이들이 어른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고서 그대로 따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이들 보는 데서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라는 훈계조의 속담이다.

며칠 전에 따로 살고 있는 여섯 살 손녀가 집에 놀러왔다. 너무 깜찍하고 귀여워 별 의미 없이 “이놈의 자식, 이놈의 자식” 하면서 꼭 껴안아줬다. 손녀는 할아버지가 좋은지 배시시 웃으며 안겨왔다. 그런데 한참 뒤 손녀가 필자를 꼭 껴안으며 “이놈의 자식, 이놈의 자식”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너무 놀랐다. 필자가 한 말임을 까맣게 잊고 어디서 이런 상스러운 말을 배웠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며느리도 깜작 놀라며 손녀에게 할아버지께 무슨 그런 말버릇이냐고 야단을 쳤다. 아이는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깡충깡충 뛰면서 “할아버지가 그랬어! 할아버지가 그랬어!” 한다. 며느리도 얼굴이 붉어지고 필자도 손녀가 이런 말까지 따라할지는 정말 몰라서 무척 당황했다.

과거에 수명이 짧았을 때는 아이의 무병장수를 위해 본명은 깊숙이 숨겨놓고 개똥이나 돈아(豚兒) 등으로 불렀다. 저승사자가 아이를 잡으러 왔다가 이름이 더러워서 사람이 아닌 줄 알고 오판토록 하여 못 데려가게 하기 위함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를 때도 되돌아올 영향까지 깊이 생각했다.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지만 이름이 너무 아름다우면 귀신이 시샘할 것 같아 걱정했던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아이를 무관심한 듯 키운 것 같아도 아이에게 끼칠 영향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생각을 했다고 본다. 아이들 보는 데서 찬물도 못 마신다는 속담처럼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탓하기 전에 어른의 행동이 어땠는지를 먼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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