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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종착역…재벌가 저택 속속 경매 등장

기사입력 2014-03-26 13:52

재벌 소유 부동산의 경매 법정 등장은 보통 재벌 파산의 종착역으로 인식된다.

몰락한 재벌들은 보통 법인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차입하다 경영 상태가 악화하면 회장 개인 소유 주택이나 토지를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는다. 이 때문에 회사 부동산이 우선 정리돼 채권자에게 넘어가고, 회장 소유의 부동산은 마지막까지 남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재벌가가 소유한 부동산은 회사가 무너진 뒤 짧게는 2∼3년, 길게는 7∼8년만에 경매에 부쳐지는 게 일반적이다.

25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도 과거 재계를 주름잡던 재벌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이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가 잇따르며 한동안 세인의 관심에서 사라졌던 재벌 회장들의 이름이 세간에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1980년대 재계 서열 7위의 국제그룹을 이끌던 고 양정모 회장 일가가 소유한 서울 성북동 고급 주택은 다음 달 2일 경매 법정에 나온다. 양 회장의 장남 양희원 아이씨씨코퍼레이션 대표 명의의 이 단독주택은 양 회장이 거주하다가 1987년 국제상사 명의로 넘어간 뒤 1998년 양희원 대표가 매입했다. 양 대표는 이 집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집을 경매로 넘기는 처지가 됐다.

지난 1월에는 프라임그룹 백종헌 회장의 일가가 거주하는 빌라가 법원 경매에 나왔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고급 빌라 밀집 지역에 자리한 이 주택은 백 회장의 부인 명의로 돼 있으며, 최초 감정가격은 15억원으로 책정됐다. 이 주택의 이전 주인은 역시 몰락한 재벌인 삼미그룹의 김현철 회장으로 백 회장이 삼미그룹 부도 이후 경매에 나온 것을 2003년 11월에 낙찰받아 눈길을 끈다.

프라임그룹은 강변 테크노마트 개발 성공 이후 동아건설 등을 인수하며 외형을 키웠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주력 계열사인 프라임개발과 삼안이 2011년 8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수백억원대의 부실·불법 대출 혐의로 최근 징역 4년형이 확정된 채규철 도민저축은행 회장 소유의 고가 주택도 경매에 부쳐져 지난 1월 낙찰됐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채 회장 소유의 청구빌라트(전용면적 245㎡) 두 채는 감정가 각각 12억원, 12억2천만원에 경매에 나와 3번 유찰 끝에 두 채 모두 6억5천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국내 최초의 대형 패션전문 쇼핑몰 '동대문 밀리오레'의 성공 신화로 한때 주가를 높이던 유종환 밀리오레 대표의 자택은 지난해 12월 경매 매물로 등장했다. 유 대표 소유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저택으로 감정가 총 60억6천966만200원에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법에서 경매에 부쳐졌다.

경매와는 사례가 조금 다르지만 STX그룹 해체와 함께 '샐러리맨 신화'의 막을 내린 강덕수 전 회장의 서울 서초동 고급 자택도 지난 1월 급매물로 시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금융권에 진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불가능해지자 자신이 거주하던 집의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최근 사례 이외에도 과거 내로라하는 재벌 일가의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2012년에는 두산그룹의 일원이던 고 박용오 전 성지건설[005980]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이 경매 물건으로 나왔고,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성북동 자택 역시 같은 해 경매 법정에 등장했다.

2008년에는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소유의 서울 신문로 단독주택이, 2007년에는 김중원 전 한일그룹 회장 소유의 서울 역삼동 단독주택, 범양식품 박승주 전 회장 일가의 성북동 단독주택이 각각 경매됐다.

이에 앞서 2003년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살던 서울 방배동 자택이, 2002년에는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의 서울 장충동 자택이 각각 경매에 부쳐진 바 있다.

과거에는 몰락한 재벌의 집은 소위 '망한 집'이라는 인식 때문에 제 값에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파산한 재벌들이 살던 집이 경매에서 인기를 끄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귀띔이다.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재벌 소유 주택의 경우 내부 인테리어와 조경 등이 잘 돼 있어 실제 가치가 감정가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며 "최근 이런 점에 주목하고 경매장에 나온 재벌 소유의 주택을 눈여겨 보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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