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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품격

기사입력 2019-01-03 08:43

[광내고 기름칠하면 고수가 될 수 있다 PART1]

(일러스트 윤민척 작가)
(일러스트 윤민척 작가)

믿음은 생각이 되고, 생각은 말이 된다.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된다. 습관은 가치가 되고, 가치는 운명이 된다. 자기 분야를 구축하고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사람들, 이른바 인생의 고수들을 끊임없이 만나면서 그런 믿음이 더욱 굳어졌다.

인터뷰 기자로 살면서 우리 사회의 삶의 모델이 될 만한 각계각층 수많은 인물의 꼭꼭 숨어 있는 속마음 밑바닥까지 들어갔다 나왔다. 그동안 만난 1000여 명의 사람들 중에서도 한 분야에서 ‘고수’의 영역에 있는 이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상에 공짜는 없고, 공짜 희생도 없다는 것. 시기가 문제일 뿐 노력의 대가는 반드시 찾아오게 마련이다. 직장에서 돈으로 보상받거나, 사회에서 명예를 얻는 등의 대가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무심코 꾸준히 행하는 일상의 소소한 습관과 실천도 그것이 오랜 시간 쌓이고, 다져지다 보면 아무나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나름의 목표와 도전정신까지 더해진다면 고매한 고수의 길에 오른다. 필자가 만났던 몇몇 인생 고수들을 예로 들어보겠다.


고수들의 도전은 현재진행형

서울 지하철 군자역 인근에 위치한 쉐보레 동서울대리점 박노진(64) 대표는 자동차 영업계의 살아 있는 신화다. 1979년 대우자동차(현 한국GM)에 입사해 자동차 영업을 하면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11년 연속 판매왕 기록을 세운 ‘발품의 고수’로도 알려져 있다. 2010년 직접 대리점을 낸 그는 “자동차 판매는 발뒤꿈치에서 나온다”는 인생 노하우로 여전히 발로 뛰며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영업 철학을 ‘콩나물시루에 물주기’로 비유했다. 만나서 거절당하면 또 만나고 설득하기를 반복한다. ‘거절’은 콩나물을 키우는 물과 같아서 물이 시루 밑으로 다 빠져도 콩나물이 자라듯, 거절을 당하면 남는 게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계약이 이루어진다는 논리다. 어느 분야이든 미리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제나 성공의 길은 열려 있음을, 그는 오늘도 발로 뛰며 입증하고 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베이비부머 1세대인 1955년생 신종훈 시니어가 대표적이다. 그는 그야말로 ‘배움의 고수’다. 대기업에서 35년을 근무하는 동안, 그리고 2015년 정년퇴임 이후에도 대학과 대학원에서 8개 학과를 전공하면서 평생학습을 실천해왔다. 현재 9번째 학위 취득을 목표로 상담심리치료학을 공부 중이다. 2018년 이미 108개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평생학습 끝판왕’으로도 불리며 자격증 숫자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단순히 그가 맹목적으로 학위나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린다고 해서 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1998년부터 연간, 월간, 주간, 일일 계획을 세워 목표 관리를 하고 ‘플래너’를 써왔다. “성공은 습관이고, 좋은 습관이 인생을 변화시킨다”가 그의 인생 좌우명이다. 그는 자신의 아름다운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 지금도 매일의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1959년생 베이비부머 신용선 씨. 그는 ‘자기계발의 고수’다. 베이비부머 중에는 ‘한 우물’을 팔며 살아온 이가 대다수다. 때문에 사업을 하다 실패하면 자기가 해오던 분야에서 재기하려는 경향이 주를 이룬다. 신용선 씨의 경우 계속되는 사업 실패 속에서도 한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방향 틀기를 계속해나갔다. 익숙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움을 찾아 나선 그에게 필요한 건 용기였고, 잇따른 실패 속에서 필요한 건 희망이었다. 그렇게 용기와 희망의 씨앗은 도전이라는 싹을 여럿 틔웠고, 최근 그 열매를 속속 수확하는 중이다. 2018년은 더욱 각별했다. 생애 첫 도전으로 직접 저술한 책 두 권을 펴냈고, 늦깎이로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모두 수석으로 마쳤다. 덕분에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경영 지도사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사업가로도 스리랑카 한국 현지 기업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올해는 몽골 국립대학교 겸임 교수직까지 맡게 돼 ‘글로벌 경영의 고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고수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고수

위에서 소개한 시니어뿐만 아니라 노인은 누구나 지식을 뛰어넘는 지혜와 경륜이 있다. 거칠고 험한 세상을 저마다의 ‘견딤’으로 살아냈음에 대한 대가일 것이다. 처한 상황은 다를지라도 치열한 생존경쟁 속 성공과 실패를 오가며 인생살이의 고수가 되어간다. 물론 누군가는 ‘이만큼 살다 보니 고수가 되었다’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식하지 못했을 뿐 다 그만한 노력과 희생이 뒤따랐을 것이다. 그렇게 누구나 고수가 될 수는 있어도, 이를 유지하거나 한 발 더 나아가려는 노력이 없다면 ‘일시적 고수’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정상에 오르기는 힘들지만 지키는 건 더 어렵다. 성공에 도취하면 위기가 오고, 위기에 도전하면 기회가 온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기회도 운도 따른다. 정상에 올라섰다가도 나락으로 추락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처참하게 무너졌다가도 피나는 노력으로 재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인생의 희로애락, 흥망성쇠를 겪어내며 어엿한 자신의 삶을 일군 이들이야말로 견딤의 고수, 노력의 고수, 도전의 고수이며, 그 노력을 멈추지 않고 갈고 닦을 때 진정한 ‘인생 고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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