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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달라지는 것들

기사입력 2018-08-01 09:12

살다 보면 사소한 일로 마음 상하는 일이 있다. 평소 같으면 쉽게 넘어갔을 행동이나 말 한마디도 고깝게 느껴지는 경우가 그렇다. 부부 사이도 그렇고 친구 사이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한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왜 그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의 심정은 말도 하기 싫을 정도로 미운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부 사이에도 그런 다툼이 있고 나면 며칠씩 말도 안 하고 침묵의 시위를 하게 된다. 신혼 초 부부싸움 안 해본 사람도 드물 것이다. 크고 작은 부부싸움을 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드는 것이니까. 그럴 때 누가 먼저 대화를 시작하는가가 문제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쉽게 먼저 말을 걸지 못한다. 서로가 힘든 시간을 보낸다.

얼마 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KTX와 버스를 타고 전남 장흥, 강진, 순천을 들러 경상남도 통영,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한려수도와 장사도를 아우르는 남해안 맛 기행을 떠났다. 오랜만에 들뜬 마음으로 떠나는 건 좋았는데 버스를 타고 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부부끼리 앉아 경치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머리를 식히고 즐거운 여행을 하는 게 정상인데, 그날따라 와이프는 중앙통로를 두고 옆에 앉은 친구 와이프와 거의 2시간 내내 수다를 떨더니 이내 몇몇 여자들이 버스 뒷자리로 옮겨 계속 수다가 이어졌다. 나중에 물어보니 ‘뒤에 앉아도 되느냐?’고 물어보고 뒤로 갔다는데 나는 그 말을 듣지 못한 상태였다.

은근히 화가 나고 말도 하기 싫었다. 그렇다고 즐거운 여행길에 화를 낼 수도 없고. 어쨌든 화가 풀리지 않아 거의 형식적으로 사진도 찍는 둥 마는 둥 거의 말도 하지 않고 거의 하루를 보냈다. 그랬더니 평소 상냥하던 아내가 눈치가 다른지 “왜 화났어? 하며 얼마 후 옆자리로 돌아와 화를 풀어주느라 애를 썼다. 평소 같으면 별것도 아니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는 일이었는데 웬일인지 그날은 화가 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나 후회되고 만약 화라도 크게 냈다면 여행을 망치지 않았나 싶다. (여자들의 수다는 좀 문제가 아닌가? 전화로 두 시간 얘기하고 또 만나서 얘기하자는 것이 여자들이니까. 남자들에게는 여전히 상상도 못 할 일)

부부 사이도 가끔 그렇지만 수십 년 친구 사이에서도 다르지 않다.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다. 40년 지기 대학 동창 모임에서다. 7명의 대학 동창들이 부부동반으로 거의 40년을 만나왔다.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마음은 항상 그 시절에 머물러있어 늘 만나면 편하고 좋았다. 단지 그때는 하나의 캠퍼스에서 만났고 지금은 생활근거지가 달라 그렇게 자주는 만나지 못한다. 그런데 두 친구 사이에서 전화로 한 사소한 말 한마디가 사이가 틀어져 버리게 만들었다. 문제는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이기에 편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상처를 받게 했다. 특히 그 두 친구는 자주 만나고 전화도 자주 하는 사이였다.

요즘도 초등학교 친구들 만나면 말하는 반은 욕이 아니던가? 그날 친구는 편한 마음에 “뭐하고 자빠졌어? 카톡이나 하고!”라고 말했다는데 이 말 한마디가 그만 콱 걸려버리고 만 것이다.

친구에게서 개인 톡으로 문자가 날아들었다. 그 친구와는 다시 안 만나겠다면서 펄펄 뛰었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면서 ‘그 친구 제정신이 아니야, 한 모임에서 활동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카톡마저 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왜 그랬느냐고 물어보니 “자주 왔다 갔다 하고 전화도 자주 하는 사이라서 별 뜻 없이 한 이야기인데 그 날은 그렇게 화를 내더라’ 고 오히려 황당해했다. 아마 내 생각에 그 친구는 직장을 일찍 그만두고 교편을 잡은 아내가 벌어오는 수입으로 내조하며 딸들을 키웠는데 그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 같다. 그러잖아도 자격지심이 있는 터에 아픈 데를 찌른 것이다. 그 후 연락을 취하며 풀어보려 했으나 좀처럼 풀리지를 않아 지금도 고민 중이다.

이렇듯 나이가 들면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모양이다. 평소 같으면 전혀 마음에 두지 않을 말이나 행동도 그럴 때가 있으니 좀 더 주의해야겠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설령 그러한 경우에도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게 마음을 훈련해놔야겠다. 사는 날 좋은 이야기만 해도 다 못하고 죽는다는데….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거나 서운해 하면 자신을 후회하고 부끄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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