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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있잖소

기사입력 2017-06-14 09:57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던 친구가 돌아왔고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 몇몇을 연락해서 만나기로 했다. 사는 곳이 제각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멀리 지방에서 올라오는 친구가 편하도록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약속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각각 나타나는 친구들의 환한 모습들이 어쩐지 가슴 뭉클하게 한다. 그동안 종종 만나곤 하던 친구들도 있지만 일부는 수년만에 만나는 친구들이어서 우린 서로 설렘으로 다가가고 반가움에 와락 안으며 손을 잡았다.

너울너울 세월의 강 흐름을 함께 타고 흐른 그녀들의 모습,

혈육과도 같은 느낌이 뜨겁게 올라온다. 이전에 몰랐던 감정이다.

찬란했던 청춘의 시간을 함께 보냈고, 치열한 사색과, 웃고 울고 성내며 보냈던 시간도 이젠 모두 '우리의 것'이라 말한다. 모두 이쁘고 마냥 좋기만 하고 주고 싶고 뭔지 모를 그 모든 게 다행이고 고맙다. 이만치 세월을 살다 보니 모든 게 감싸 안아 다독여진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거기 내가 있다는 걸 발견한다.

그녀들의 희로애락과 사는 보람, 치열했던 삶의 시간 너머로 이젠 여유로운 품을 서로에게 열어주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긴 설명이 필요 없이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렇게 고마운 일이었다는 걸 비로소 깨닫는다. 무수한 세월을 흘려보내고 뒤늦게 알아가는 것이 어찌 이것뿐일까만.

내가 누군지를 알아주는 사람들. 우리에게 인생이라는 화살이 아직도 날아가고 있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은 건 우리들만의 계산되지 않은 진실됨이란 걸 뜨겁게 느낀다. 살아갈수록 감사함이 늘어간다.

헤어지는 친구에게 고속버스 안에서 읽을 책을 한 권 건네주고 돌아서는 마음에 행복감이 충만한다. 또 언제 다시 만날까 날짜를 헤아리게 되는 귀갓길의 노을이 뜨겁다.

오랫동안 보관해 두었던 보석을 찾은 날처럼 기분 좋은 날. 세월이 흐르면서 느끼는 건 우리에게 오랜 친구란 남는 장사라는 것. 잊고 있었던 휴면예금이라는 것.

그리고

횡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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