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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가 만난 사람] 연극연출가 이윤택 인터뷰-⓹

기사입력 2016-07-19 16:01

“내 작품에 워스트는 없다!”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작품과 안 좋은 작품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우“단연 최고의 작품은 <오구>입니다. <오구>는 사실 내가 만들었다기보다는 우리 조상의 집단의식을 발견한 것입니다. 워스트 작품은 또 다른 나의 베스트라고 생각하는데 <도솔가>입니다. 내가 가지고 전통과, 현실과 예언적인 것과 이런 것들 모두 포함된 것인데 평단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어요. <도솔가>는 내가 너무 앞질러 갔어요. 그런데 김숙현이라는 분이 도솔가를 가지고 엄청 긴 논문을 썼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그분의 석사학위 논문이더라고. <도솔가>라는 작품이 연극 학자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텍스트가 됐다는 점에서 워스트라고 할 수 없으니 내 인생에는 워스트인 작품을 없지 않을까요? 제 작품에 워스트는 없습니다.(웃음)!”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형이상학적 가족사랑? 가족을 패거리 품 안에…

이윤택은 연극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단원들과 줄곧 생활해 왔다. 국내는 물론 외국 각지를 돌며 공연하고 강의하는 삶, 쉬지 않는 일상을 반복했다. 연극 장인에게 가족은 삶에서 어떤 의미일까? 어떤 아버지, 가장으로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내가 가장으로서 행동을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절대 그렇지가 않아요. 결과론적으로 얘기하면 안사람이 밀양연극촌 자료관장으로 있고, 큰딸이 연극·뮤지컬 작가이자 연출가고, 내 작은딸은 도요출판사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면 내 가족이 완전 100% 가업을 물려받고 있는 거잖아요? 가정을 팽개친 아버지라고 할 수 없죠.”

이 특별한(?) 예술인 가족은 지금도 같이 살지 않는다. 이윤택은 도요에, 부인 이연순씨와 두 딸 채경, 상경 자매는 밀양연극촌 안에 있는 집에 살고 있다.

“나는 일상적인 것과 가정적인 것을 경계하는 사람입니다. 왜냐면 예술적 거리라는 것이 필요해요. 너무 일상적인 것과 가정적인 것은 예술적이지 않다고 보거든요. 예술은 좀 낯선 것이다, 가정적이지 않아 보이죠. 하지만 대단히 창조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측면에서 나는 결코 가정적이지 않다고 볼 수 없어요.”

“딸들이 서운해 한 적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목소리를 죽이며 “많이 하지, 많이 하지”라고 말하는 이윤택. 그러면서도 본인은 무조건 아버지로서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카페 ‘오아시스’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편안한 질문을 던졌다. 평생을 내달린 그에게도 나름 색다른 인생에 대한 갈구가 있지 않았을까? 흥미롭게도 커피숍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부산 국제시장 근처에 ‘오아시스’라는 커피숍이 있었어요. 당시 돈으로 80원만 내면 하루 종일 있어도 뭐라 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그 커피숍이 문을 닫던 날 마지막 손님이 나였죠. 그날 다짐했죠. 그런 다방을 만들겠다고요.”

20대 젊었던 시절 도서관이며 음악실이었던 공간의 따뜻함을 잊을 수가 없다고. 현재 부산 기장군에 신축 중인 6층짜리 가마골 소극장의 건물 1층은 포장마차로, 2층은 카페 오아시스로 꾸밀 생각이라고 한다. 위층은 극장과 극단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피는 바리스타 자격증 있는 단원이 하면 될 것 같고, 나는 음악을 틀어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웃음).”

시간은 그에게 남다른 여유와 또 다른 시도를 주고있다. 휘몰아치던 폭풍을 맞은 뒤 푸르고 따뜻한 숨으로 정화해 버렸다고나 할까? 기 세던 그에게서 잔잔한 흐름이 느껴졌다. 현재 그는 올해 하반기 부산 기장 가마골소극장과 서울에 삼공스튜디오 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의 또 다른 도전과 방랑은 계속될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은 날마다 축제라 그가 말했듯.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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