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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감싸주는 길, 소래습지 생태공원

기사입력 2020-05-26 08:00

▲부드러운 바람의 갈대길(사진 정원일 시니어기자)
▲부드러운 바람의 갈대길(사진 정원일 시니어기자)
그동안 소래포구 자체가 갖는 명성에 가려, 사람들 눈에서 벗어나 있었던 소래포구 생태공원. 그래서 서해 바다가 베풀어 주는 온갖 것들을 숨길 수 있었다. 이제 그 자연의 선물을 풀어 본다.

▲최근 야간 조명시설까지 갖춘 둘레길(사진 정원일 시니어기자)
▲최근 야간 조명시설까지 갖춘 둘레길(사진 정원일 시니어기자)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된 후, 그동안 못 해 왔던 야외활동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야외공간이라도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위험하다. 그리고 급격한 운동은 그동안 굳었던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에 둘레길 걷기 같은 몸풀기 운동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 좋은 5월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소래포구 옆의 생태공원 길을 소개한다.

자연이 주는 선물

소래포구 입구에 의한 소래포구 생태공원은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개펄을 품고 있는 156ha 면적의 넓은 공원이다. 공원 입구의 공영주차장에 차를 두고 걷기 시작하면 오른쪽에 개펄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멀리 가족 단위로 방문해 개펄체험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체험 후 옷 갈아입히는 것과 씻기는 것이 귀찮을 텐데, 아예 각오하고 온 것 같은 젊은 부부는 애들을 놓아 버린다. 그것을 눈치라도 챈 듯이 애들은 질퍽거리며 게를 찾고 조개를 뒤지며 천연 진흙 위를 구른다. 조금 있으니 부부도 진흙투성이로 변해가며 서로 즐겁게 소리를 지른다. 슬슬 내가 걱정되기 시작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개펄에서 둑으로 올라오는 계단 옆에 세면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안심된다. 역시 할아버지인가 보다. 이제 왼쪽으로 눈을 돌리니 바닷물을 가두어 소금을 만드는 염전들이 보인다. 조석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가 만들어준 선물이다. 체험 교육용으로 운영 중인 이것들은,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염전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대별로 조성해 비교해 주고 있다. 두 시간 남짓 걸리는 둘레길의 시발점 부근에 쑥과 씀바귀를 뜯는 아낙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채취의 재미에 흠뻑 빠진 그들은, “5000원어치는 된다. 차비는 뽑았다”라고 하며 서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사진 정원일 시니어기자)
(사진 정원일 시니어기자)

▲시대별 변천을 다룬 염전교육장(사진 정원일 시니어기자)
▲시대별 변천을 다룬 염전교육장(사진 정원일 시니어기자)

부드러운 길, 포근한 바람

더 가다 보면 크게 도는 둑길 중간 중간에, 갈대가 우거진 습지로 들어서는 여러 탐방로가 숨어있다. 자전거가 아닌 사람만 들어가게 한 이 길들은 이 공원의 보물이다. 이곳을 디디면 우선 내 발이 놀란다. 마치 보라카이의 부드러운 모래가 내 발을 감싸는 느낌이다. 그리고 바다까지 내려오느라고 곱게 부서진 점토의 쿠션은 내 몸을 띄우기에 충분하다. 걷느라고 지친 내 발을 누군가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다.

이 부드러운 길에는 포근한 바람까지 있다. 소래포구와 둑길에서 불던 세찬 바닷바람도 이 길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내 키만 한 갈대들이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습지 안 쉼터들의 갈대들은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포근하게 숨겨준다. 그래서 이곳은 육체 건강의 ‘걷기’보다 정신 건강의 ‘쉬기’ 에 더 적합한 공간이다. 엄마의 손길 같은 부드러운 흙길을 디디고, 엄마의 숨결 같은 포근한 갈대 바람을 스치며 탐방로를 걷다 보면 예전에 쓰이던 소금창고들이 보인다. 나무로 만들어진 그것들은, 그간의 세월을 담으며 풍화되고 있는 나를 닮았다. 그래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가 왠지 가볍게 여겨진다.

▲자연스레 무너져 내리는 소금창고(사진 정원일 시니어기자)
▲자연스레 무너져 내리는 소금창고(사진 정원일 시니어기자)

어느새 출발점이었던 전시관이 멀리 보이기 시작하니, 자연이 주는 치유의 공간인 습지 탐방로를 벗어날 시간이다. 하지만 이 아쉬움은, 길 건너편 소래포구의 회 한 접시와 막걸리 한 잔으로 금방 사라질 것이다.

▲자연 치유의 공간 (사진 정원일 시니어기자)
▲자연 치유의 공간 (사진 정원일 시니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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