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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짜리 동전 하나가 만들어준 인연

기사입력 2019-02-13 18:22

짝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잠깐 만나는 것도 아니고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찾는 일이니 여간 신중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결혼을 인생에서 가장 큰일이라 하여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했다. 수십 번을 만나고 또 만나며 짝을 찾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 결국 찾지 못하고 혼자 사는 경우도 있다. 고르고 고르다 결국 선택한 사람이 먼저 봤던 사람만도 못할 때도 있다. 배우자를 찾는 일은 이토록 어렵다. 그런데 잘살고 못사는 일은 또 다르다. 온갖 조건을 다 재보고 결정한 결혼이 너무 쉽게 깨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게 어려운 배우자 선택이 훗날 돌이켜보면 신기할 정도로 쉽게 이루어진 일도 있다. 운명처럼 만나 지금도 잘살고 있는 내 친구 이야기다. 대학 시절에는 미팅을 많이 했다. 만나서 짝을 맞추는 일은 여러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즉석에서 짝을 찾는 가장 흔한 방법은 소지품을 내놓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소지품은 주로 남자들이 꺼내놓았다. 누구 물건인지 모르게 잘 섞은 다음 여자들에게 고르게 한 뒤 그 물건의 주인과 짝을 이루게 하는 방법이었다. 다들 자신의 상대가 누가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물건을 선택하고 기다린다. 미팅 장소에 들어오는 사람을 슬쩍 보며 ‘저 사람과 짝이 되면 좋겠다’ 하고 속으로 기대를 하지만 인연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날도 미팅이 이루어졌고 하던 방식대로 10여 개의 남자들 소지품을 여자들이 순서대로 선택을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물건은 제일 볼품없는 10원짜리 동전이었다. 그리고 한 여자가 선택의 여지 없이 잡은 것이 인연이 되어 그들은 부부가 됐다. 지금도 모임에서 만나면 친구와 가끔 그 얘기를 한다. 만남이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옛날 어른들의 결혼 방식은 기가 막힌다. 평생 살아야 할 배우자를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시집올 때 신랑 얼굴 처음 봤다는 사람도 많다. 당시의 결혼은 자식 가진 부모끼리의 인연 또는 중매쟁이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그래도 당사자들은 운명이라 생각하며 정을 나누고 자식을 낳고 살았다. 지금도 중매는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심지어 결혼 중개 회사까지 생겨 성업 중이다. 물론 서로에 대한 조건이 이전보다는 더 까다롭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어느 정도 조건을 맞춰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선택을 해도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이혼이 점점 늘어나는 걸 보면 결혼은 조건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물질적인 조건보다 더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야말로 서로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버팀목 아닐까? 그날 마지막 남은 10원짜리 동전 하나가 만들어준 인연으로 평생을 함께 살아온 부부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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