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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연극과 영화

기사입력 2018-08-13 08:43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연극 포스터(왼쪽, 연극열전)와 영화 포스터(오른쪽, (주)영화사 빅)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연극 포스터(왼쪽, 연극열전)와 영화 포스터(오른쪽, (주)영화사 빅)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봤다. 과연 원작 속 수많은 캐릭터와 황당한 사건들이 연극으로 표현 가능할까?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을 때도 잘려버린 내용과 세밀한 묘사가 아쉬웠는데 연극으로는 얼마나 담아낼지 궁금했다.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이 원작이다. 스웨덴에서 개봉됐고 이듬해인 2014년 우리나라 관객과 만났다. 주인공 알란은 100세 생일에 양로원 창문을 넘어 탈출한 뒤 우연히 들른 화장실에서 갱단의 가방을 손에 넣게 된다. 이후 벌어지는 황당한 일들. 알란은 자신이 출생한 후 100년 동안 근현대사를 장식한 온갖 유명인을 다 만난다. ‘알란 칼손’이라는 노인을 세계사에 두루 넣어 재미있게 풍자함으로써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같은 내용을 장르를 바꿔 다시 만들면 차이가 난다. 영화에서는 큰 변화가 없지만, 연극은 배우의 컨디션이나 관객의 호응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는다. 연극 마니아들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와 연극의 공통점은 배우가 캐릭터를 잘 소화해야 작품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사실 원작 소설을 읽을 때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풍자와 유머로 마구잡이로 전개되는 내용을 단숨에 읽고 즐거워진 나는 작가 요나스 요나손과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와 함께라면 재미있는 일들이 생길 것 같았다. 지금 떠올리면 참으로 가당찮은 생각이지만 그땐 그랬다.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개봉관에서 봤다. 책과 빨리 비교해보고 싶었다. 잘려버린 내용도 많았지만 비교하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컸다.

연극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 많은 내용을 어떻게 표현할까 우려했던 마음은 막이 오르는 순간 다 날아갔다. 5명의 배우가 코끼리, 강아지 등 60여 캐릭터를 시공간을 넘나들며 소화해냈다.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배우들을 보면서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직접 눈으로 보니 ‘캐릭터 저글링’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처럼 원작의 내용이 잘렸지만 이 정도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탄했다. 다양한 캐릭터와 방대한 양의 대사를 자기 것으로 완벽히 소화한 배우들이 놀라웠다. 나중에는 영화에서 봤던 알란과 연극 속 알란을 매치시키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졌다. 1인 다역의 연극에서 민첩함과 센스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오히려 걱정될 지경이었다. 연극이 주는 매력 요소 중 한 가지는 배우와 관객의 호흡이다. 연극의 한 구성원이 된 것처럼 수많은 캐릭터에 익숙해질 즈음 연극은 막을 내렸다.

책과 영화와 연극 중 가장 재미있었던 장르를 꼽으라면 고민할 것 없이 연극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내용으로는 원작을 이길 수 없지만 연극에는 책이나 영화가 줄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세 장르 모두에서 말하는 교훈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스스로 가둔 마음의 벽을 넘어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가라는 것 아닐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베니에게 충고하던 알란의 독백처럼 말이다.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이 오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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