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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게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기사입력 2018-06-20 20:50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돈키호테 이야기다. 오늘날 ‘돈키호테’라는 말은 현실을 무시한 공상가에 비유하거나 그런 인물의 유형을 ‘돈키호테형’이라 부르며 쓰이고 있다.

돈키호테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 자신이 기사라 생각하며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는 인물이다. 어릴 적 동화책을 통해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산초라는 좀 모자라는 듯한 하인을 거느리고 돌아가는 풍차를 악마라 여겨 공격하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이날 뮤지컬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돈키호테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열심히 나아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점점 무더워지는 초여름, 멋진 공연을 보러 나서는 길이 즐거웠다. 주인공으로 뮤지컬 전문 배우 오만석 씨가 캐스팅되어 그가 그리는 돈키호테는 어떤 과연 모습일지 기대되었다. 공연장에는 돈키호테를 보려는 관객들로 층마다 성황을 이루었다. 가족 또는 연인들이 짝을 이루어 무대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공연장 포스터 앞에서(박혜경 동년기자)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공연장 포스터 앞에서(박혜경 동년기자)

포토존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심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구석진 곳에 있는 포스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포스터 속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글귀가 마음에 닿았다. 돈키호테는 남이 이해해주지 않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좇아 나아가는 용감한 기사도 정신을 가졌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살면서 몇 가지의 꿈이 있었다. 그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 실행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한 적이 여러 번이다. 돈키호테와 나를 비교하는 건 우습지만 나도 돈키호테처럼 용기를 갖고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했다면 어땠을까? 공연을 기다리면서 지나간 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무대가 시작되자,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 천장의 문이 열리고 새로운 죄수가 감옥에 들어온다. 그들은 바로 소설 ‘돈키호테’를 쓴 미겔 데 세르반테스와 그의 시종이었다. 세르반테스가 교회에 세금을 추징하려고 압류 딱지를 붙였다가 신성모독으로 기소당해 감옥에 와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감옥의 왕초 격인 ‘도지사’는 세르반테스를 위선자라 비웃었는데, 이에 세르반테스는 죄수들을 배우로 삼아 즉흥극을 벌이며 자신만의 방식대로 변론에 나선다.

라만차에 사는 늙은이 알론조는 자신이 돈키호테라 착각하고 시종 산초를 데리고 모험을 찾아 떠난다. 여관을 성이라 여기고 그곳에서 일하는 알돈자를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여인 둘시네아라고 믿어버린다. 결국 자신이 돈키호테가 아니라 나약한 노인임을 깨달은 알론조는 쓰러지고 만다. 임종을 앞둔 알론조에게 알돈자는 ‘그 꿈 이룰 수 없어도’라는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에 알론조는 그녀를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다시 일어나라고 소리치다가 숨을 거둔다.

이렇게 그들의 연극이 끝날 무렵 세르반테스의 재판 차례가 되어 밖으로 나간다. 이어 죄수들은 ‘임파서블 드림(Impossible dream)’을 합창하는 장면에서 콧날이 시큰했다.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1인 2역을 소화한 배우 오만석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손뼉이 절로 쳐졌다. 각자의 역할을 멋지게 보여준 다른 배우들에게도 힘찬 박수를 보내며 감동의 공연 관람을 마쳤다. 이번 뮤지컬은 이전에 보았던 돈키호테와는 색다른 연출이라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돈키호테의 절규에 많은 이가 공감하고 열심히 살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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