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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라

기사입력 2017-08-17 20:50

▲불암산 생쥐 (백외섭 동년기자)
▲불암산 생쥐 (백외섭 동년기자)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면 ‘엄정대응’ 하겠다는 말 한 마디로 아까운 세월 다 보냈다. 강 건너 불 보듯 하다가 급기야 표적사격 하겠다는 엄포가 터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핵을 쥐고 흔들면 고양이요, 핵이 없으면 그 앞의 쥐 신세가 지금의 세계다. 쥐에게는 생존이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쥐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그 소리를 듣고 미리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를 놓고 여러 날 동안 의논했지만, 목숨이 달린 그 위험한 일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이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할 일을 두고 공연히 의논만 하는 것을 ‘탁상공론’이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속담 풀이는 여기까지다.

과연 고양이는 영원한 강자이고 쥐는 항상 약자인가. 고양이가 쥐에게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고양이 때문에 쥐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들의 생존법칙은 따로 있다.

필자가 어릴 적 살았던 농촌에는 쥐가 엄청 많았다. 집 마당은 이들의 놀이터가 되었고 심지어 방안으로 뛰어드는 녀석들도 있었다. 지금의 멧돼지 출몰지역 주민처럼 농사를 다 망치지 말기를 바라고, 농산물 적당량을 쥐가 차지하는 것으로 양해할 지경이었다. 정부주도로 한 해에 몇 차례씩 모든 주민과 학생이 동원되어 ‘쥐퇴치’운동을 펼쳤다. 마을 전체에 쥐약을 놓고 쥐덫을 설치하였다. 쥐꼬리를 모아서 실적을 보고하던 옛이야기다.

몇 해가 지나자 이 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사람 냄새가 묻은 음식물이나 쥐덫에는 아예 접근하지 않았다. 쥐약과 덫을 없애고 집집마다 고양이를 보급하였다. 고양이는 쥐가 파고들어간 땅굴까지 끝까지 추적하였다. 쥐가 도망갈 곳이 없어 보였다. 농민들은 행복의 시작인 줄 알고 고양이를 애지중지하였다. 그 수는 쥐보다 훨씬 많아졌다. 거기까지가 고양이의 한계였다.

쥐보다 덩치가 큰 녀석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농토를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몇 년 사이에 쥐들은 돌담장 사이로 도망가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그 안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몸집이 큰 고양이는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발톱만 긁어댈 뿐이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이 달린 모양새가 되었다.

쥐들은 옛날처럼 늘고, 고양이의 무용론이 힘을 얻었다. 애완견에게 주인과의 사랑 다툼에서도 밀려났다. 몇 년 사이에 들고양이가 되더니 아예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쥐들은 고양이에게 쫓기면서 마련한 돌담장 속에서 옛날보다 더 안전하게 살았다.

눈을 돌리면 숨이 막힌다. 우리의 머리 위로 핵폭탄이 날고 미사일로 우리 강토를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야단법석이다. 생존을 위한 핵무장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핵전쟁 위협을 피할 수 없는가?’ 북한과 미국은 상황을 더 악화시켜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는 한길밖에 없다. 북핵 위기 해결의 독자적 개입점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중요한 과제이다. ‘탁상공론’으로 치부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항상 먹혔던 쥐들이 환경을 잘 이용하여 천적 고양이를 몰아낸 이야기를 하였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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