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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화가 케테 콜비츠의 탄생 150주년에 즈음해

기사입력 2017-07-25 14:29

[이성낙의 그림 이야기]

필자가 화가 케테 콜비츠(Käthe Koll witz, 1867~1945)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지인이 얼마 전 독일 언론 매체에 실린 케테 콜비츠 탄생 150주년과 관련한 칼럼을 보내왔다. ‘반전(反戰) 화가’이자 ‘인권 화가’인 케테 콜비츠의 출생 연도가 1867년에다 생일이 7월 8일이라 적절한 시기에 그녀를 재조명한 것이다.

‘케테 콜비츠’는 작품을 통해 끈질기게 당대의 굶주림, 가난, 탄압, 인권유린, 전쟁을 고발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작품들에는 웃음이 없고 무거운 기류가 잔뜩 흐른다. 그녀는 다양한 색채를 거부하고 오직 검은색만 고집했는데 이를 통해 작품의 밑바탕에 흐르는 정신을 읽을 수 있다.

콜비츠는 비교적 여유 있는 집안에서 성장했다. 변호사였던 그녀의 아버지(Schmidt)는 당시 보수파였던 비스마르크 정권의 월급을 받아 가정을 유지하기 싫다며 공무원 되기를 거부할 만큼 진보적인 인물이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영향과 더불어 노벨문학상을 수상(1912)한 당대의 지성인 게르하르트 하웁트만(Gerhart Hauptmann, 1862~1946)과의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사회 비판적 세계관을 갖게 된다. 그녀는 특히 하웁트만이 선보인 무대 작품 <방직공의 봉기(Weberaufstand)>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1] ‘전쟁은 이제 그만(Nie wieder Krieg)’, 1924, lithographie, 94x70.5cm (Kaethe Kollwitz Museum, Berlin) (이성낙 현대미술관회 회장)
▲[그림 1] ‘전쟁은 이제 그만(Nie wieder Krieg)’, 1924, lithographie, 94x70.5cm (Kaethe Kollwitz Museum, Berlin) (이성낙 현대미술관회 회장)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둘째 아들 페터가 자원해 나간 전쟁터에서 전사한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1924년에 그린 <전쟁은 이제 그만(Nie Wieder Krieg)>[그림 1]이란 작품은 작가의 반전주의 사상을 대변한다. 콜비츠는 평화주의자의 기수로 두각을 드러내면서 사회 빈곤 문제도 작품에 반영한다. 그러나 1930년대에 나치가 정권을 잡자, 다시 수모와 시련을 겪는다. 나치는 그녀의 작품을 ‘타락한 예술’로 분류하고, 게슈타포는 콜비츠를 체포하려고 조사 협박한다. 콜비츠는 자신을 체포하면 국제적으로 억압 사실을 알리겠다고 저항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한다. 해외 구명운동도 도움이 됐다. 1941년에는 손자마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사망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그 무렵 반전 작가로서의 메시지는 더욱 뚜렷해진다.

콜비츠는 세계대전의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전쟁은 이제 그만>을 비롯해 <배고픔>, <전쟁과 살육>, <아일랜드의 빈곤>, <빈곤>, <독일 아이들이 굶고 있다>, <실직>, <빵>, <전쟁터> 등의 작품을 남겼다. 자신이 살던 사회의 아픔을 그림에 담아낸 케테 콜비츠. 탄생 150주년을 맞이해 그녀 작품의 위대한 원천인 모성애를 다시 생각해본다[그림 2].

▲[그림 2] ‘어머니들(Die  Muetter)’, 1930, 목판, 32.2x39.8cm, (Kaethe Kollwitz Museum)(이성낙 현대미술관회 회장)
▲[그림 2] ‘어머니들(Die Muetter)’, 1930, 목판, 32.2x39.8cm, (Kaethe Kollwitz Museum)(이성낙 현대미술관회 회장)


>>이성낙(李成洛) 현대미술관회 회장

독일 뮌헨의대 졸업(1966), 연세대 의대 피부과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가천의과대학교 총장, 가천의과학대학교 명예총장(현), 한국의약평론가회 회장(현), 간송미술재단 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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