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대첩, 조선의 운명을 건져 올리다

명량대첩, 조선의 운명을 건져 올리다

정유년인 올해는 정유재란(1597.1~1598.12) 발발 420주년이다. 임진왜란으로부터는 427주년. 임진왜란이 치욕의 역사였다면, 정유재란은 왜군이 충남 이북에 발도 못 붙인 구국승전의 역사다. 그 전적지는 진주, 남원, 직산 등 삼남지방 곳곳에 있지만 옛 자취는 찾기 어렵다. 뚜렷한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은 왜군이 남해안을 중심으로 농성하던 성터들이다. 주로 경남 중동부 해안에 밀집한 왜성 터들도 오랜 세월 허물어지고 지워져 갈수록 희미해져간다. 왜성이라는 이유로 사적지 지정이 해제된 탓이다. 근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그 중

[시인 송시월과 나누다]

[시인 송시월과 나누다]

수유리 419 묘지 옆 한신대학교 정문 입구에는 문익환 목사의 시비가 있다. 네모의 유리 상자 속에 본인의 작품인 ‘잠꼬대 아닌 잠꼬대’라는 세로줄 시가 금관의 나비문양처럼 빛을 발하며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잠꼬대 하듯 소리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비록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둘레를 돌아가며 빽빽하게 새겨진 뜻을 모은 지인들의 이름을 읽으니 금싸라기들이 금덩어리로 모여져 잠꼬대라는 언어를 최고의 예술품으로 형상화시켜 놓은 걸작임을 실감 할 수 있었다. 그는 생전에 자기의 이상을 잠꼬대 아닌 잠꼬대로 중얼거리며 분단시대의 산물

“나도 그래” 한 말씀만 하소서

“나도 그래” 한 말씀만 하소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 마음만 동동 구르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문을 두드려주셔요. 이번 호에는 시인이자 야생화 사진작가인 박대문님께서 풀꽃들에게 쓴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편집자 주>
계속되는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단비를 가득 품은 바람 소리가 쏴 밀려옵니다. 주룩주룩 낙숫물 듣는 소리가 어느 고운 음악보다 감미롭게 들려옵니다.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입니까? 어제 산에서 만났던 풀꽃, 그대! 참 안타까웠습니다. 오랜 가뭄에 시

[시인 송시월과 나누다] 쑥개떡

[시인 송시월과 나누다] 쑥개떡

쑥은 들국화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서 ‘모든 풀의 왕초’란 닉네임을 달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 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식물이지만 좀처럼 자신을 앞세우지도 않고 빈터나 길가 논두렁 밭두렁 산속 아무데서나 낮은 키로 ‘쑥쑥’ 자라나 사람에게 제 몸을 보시한다. ‘쑥’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여기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쑥도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종으로 진화해 산쑥, 들쑥, 덤불쑥, 참쑥, 물쑥 등 40여종이 한반도에 분포해 있다고 한다. 특히 강화 개똥쑥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하여 몸값도 제법이다. 암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내 남편도 치

<삼국지>의 ‘도원결의’, 사실일까?

<삼국지>의 ‘도원결의’, 사실일까?

우리가 재미있게 읽는 <삼국지(三國志)>는 사실상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라는 소설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중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전문가들을 제외하고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소설 <삼국지>는 황건적 난에 만난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도원(桃園)에서 의형제로 결의를 하는 데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그리고 이들 세 명은 그야말로 천신만고를 겪으면서도 이 결의를 지켜낸다. 소설 후반부에서는, 오(吳)-촉(蜀) 동맹을 어기고 오나라가 형주를 지키던 관우를 공격해 죽이는 일이

청자는 왜 백자가 되는 꿈을 꾸었을까?

청자는 왜 백자가 되는 꿈을 꾸었을까?

몽골 하늘은 끝 간 데 없이 둥글다. 난 몽골에 와서야 하늘이 둥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그냥 하늘이겠거니 하며 지나쳤다가 고개를 대강 한 바퀴 돌려봤다. 그런데 하늘은 그렇게 성의 없이 볼 대상이 아니었기에, 맘먹고 목에 힘을 줘 360도를 확인해보고 어지럼증에 초원 한복판에 등을 대고 누웠다. 이렇게 편히 하늘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펼쳐진 하늘에 구름! 아무리 봐도 멋지다. 보고 또 봐도 다시 보고 싶다. 이와 다른 구름에 대한 기억이 내겐 있다. 오래전 구름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살았기 때문이다

[시인 송시월과 나누다] 안락사

[시인 송시월과 나누다] 안락사

<신의 손>은 오사카 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소설가 쿠사카베 요의 의학 미스터리 소설이다. ‘사라카와’라는 유능한 담당 의사가 항문 암 말기 환자인 갓 스무살 난 쇼타르란 청년의 고통스러움을 지켜보면서 안락사에 대한 의사로서의 고뇌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아들이나 다름없이 키워온 이모까지 안락사를 간곡하게 부탁하지만 법적으로 금해 있는 안락사를 시도할 수 없어 고민 고민 하다가 환자가 잠깐 진통에서 깨어나는 순간, 본인의 동의를 얻어 케타민이란 진통제를 다량으로 투입시켜 안락사 시킨다. 그 후 일본 사회는 정치인과 의사들

합리적 소비에 주목해야 하는 3가지 이유

합리적 소비에 주목해야 하는 3가지 이유

지난 호까지 우리는 5070 액티브 시니어 은퇴재무설계에서 큰 축의 하나인 자산관리를 살펴봤다. 이번 호부터는 3회에 걸쳐 소비에 대해 집중 분석하고자 한다. 소비는 생산에 대비되는 말로 생활의 두 수레바퀴 중 하나다. 5070세대의 자산관리가 생산시기에 축적한 잉여물의 유지 및 보관에 초점을 맞춘 재무설계의 한 측면이라면, 소비관리는 그 잉여물을 합리적으로 사용해 사용연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 재무설계의 다른 측면이라 하겠다. 자산관리와 소비관리는 동전의 양면이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저울추다. 3040세대는 사회의 핵심 노

뼈가 부러질 때까지 기다리실 건가요?

뼈가 부러질 때까지 기다리실 건가요?

2015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1세로 세계 12위에 올라섰다. 같은 해 통계청은 대한민국에서 100세 이상의 노인이 3,159명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는데, 멀지 않은 미래인 2030년이 되면 여성의 기대수명이 무려 90세가 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백세시대인 이때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뼈 나이’는 손을 놓고 있어 안타깝다.
사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과거에는 뼈 건강을 특별히 염려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뼈보다 심장을 비롯해 다른 장기의 노화가 더 빨랐기 때문인데 이제는 사정

아비규환의 남원·황석산 전투

아비규환의 남원·황석산 전투

정유년인 올해는 정유재란(1597.1~1598.12) 발발 420주년이다. 임진왜란으로부터는 427주년. 임진왜란이 치욕의 역사였다면, 정유재란은 왜군이 충남 이북에 발도 못 붙인 구국승전의 역사다. 그 전적지는 진주, 남원, 직산 등 삼남지방 곳곳에 있지만 옛 자취는 찾기 어렵다. 뚜렷한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은 왜군이 남해안을 중심으로 농성하던 성터들이다. 주로 경남 중동부 해안에 밀집한 왜성 터들도 오랜 세월 허물어지고 지워져 갈수록 희미해져간다. 왜성이라는 이유로 사적지 지정이 해제된 탓이다. 근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그